<연모> 저하의 온도차에 치인다 (feat. 박은빈 연기)
남장 여자 캐릭터가 매력터지는 것은 여러가지 모습을 한 드라마 안에서 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성적이고 털털한 모습, 귀여운 모습, 강한 모습, 여리고 약한 모습, 청초한 모습, 강단 있는 모습.. 종합선물세트인 셈이다. 아주 다채롭다. 디테일 연기의 장인인 박은빈은 <연모>에서 이 다양한 매력들을 아주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비주얼이 아주 훌륭해서 여자지만 수수한 화장에 남자처럼 꾸며놔도 그 미모가 어디 안가니.. 미소년일 수도 있겠다고 내 눈을 설득해 버린다. 외모로만 설득하는 게 아니라 낮게 까는 목소리, 훌륭한 발성, 이런 것들이 모두 받쳐주기에 억지스럽지 않게 설정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나의 최애 장면 중 하나는 아직 여자라는 것을 모르는 정사서(로운 분)가 자신의 마음을 알길이 없어 혼란해(?) 하며 한 번만 안아달라고 꼭두새벽부터 찾아온 장면이다.

무심히 새벽 운동을 가다가 정사서를 발견한 후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보자. 감정을 숨기려는 듯 얼굴이 대놓고 밝지는 않지만 어리둥절함과 반가움이 묻어난다. 막상 찾아와 놓고 얼굴보고 긴장하는 정사서도 너모 귀엽다.

생각지도 않은 마주침에 토깽이 눈을 하며 “이리 이른 시간에 어찌 궐을 든겁니까?” 묻는다. 결연해진 정사서 눈빛.

눈 한 번 껌뻑이는 장면인데 미모에 빨려들어간 탓인지 그 시간이 지천년 같다.

“안아주십시오” 하는데 “무슨..” 이라며 너무 뜬금포에 말잇못하는 저하와 정색하며 놀라는 홍내관ㅋㅋㅋㅋ

어디 아프냐는 홍내관의 말에 너무 쉽게 ‘그렇다’고 자기 ‘많이 아프다’고 인정해버리는 정사서. 그 대답에 더 당황한 홍내관이지만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나서려고 하는데 이미 눈빛이 흔들리며 동하는 저하가 홍내관보다 한 템포 빠르게 움직인다.

세자가 댕댕이처럼 쪼르르 가서 가슴팍에 폭 안기는 게 킬포ㅠㅠ

분명히 안아주고 있는데 안겨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 슬픈 표정 뭔데ㅠㅠ 심장이 너무 아프다..

애기처럼 안겨서는 저렇게 슬픈 얼굴로 힘내라며 다정하게 토닥토닥해주는 건 사람 두번 죽이는 킬포… 저하ㅠㅠ

세자의 은혜에 감동받아 곧 울것만 같은 지운이 표정이 바로 지금 내표정ㅠㅠㅠ
그런데 세자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이 다음 장면에서 터진다.

그렇게 다정함 듬뿍 끼얹어주다가 세상 차가운 얼굴로 “이제 됐습니까?” 하며 그저 해야할 일을 억지로 끝마치듯 가버린다. 안아줄 때랑 표정 온도차 뭔데? 아니 뭔데요 저하ㅠㅠ 제가 잘못했으니 살려주십시오..즈하ㅠㅠㅠㅠㅠ 고개 그렇게 치명적으로 쓰면서 낮게 깔린 목소리로 홍내관 보고 ‘그만 가자’고 하는 건 또 어디서 배우셨습니까ㅠㅠㅠ 그렇게 휙 가버리면 더 치명적입니다..

중전(정채연 분)한테도 그러더니 역시 다정함 주다가 칼 같이 돌아서는 게 특기인가보다.
(예민터지는 치명적인 전하를 보려면 아래 링크로..)
https://istpmoment.tistory.com/84
<연모> 예민보스 전하께 치인다 (feat. 디테일 장인 박은빈)
<연모> 라는 드라마가 언제부터 머릿속에 각인이 되었던가 하고 되돌아보니, 캐스팅 소식을 접하면서 부터였던 것 같다. 박은빈과 로운(본명 김석우)의 캐스팅 소식은 가슴을 뛰게 했다. 일단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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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건 나눠서 다시 봐보자.

안겨있을 땐 세상 여자.. 여리여리한 표정이었는데

여전히 슬픈 표정이기는 하지만 강단있는 모습의 세자가 첨가되었다.

그렇게 보면 심장이 마이 아파ㅠㅠ

이내 빠져나와서 고갯짓으로 홍내관한테 가자고 재촉하고 차갑게 지나친다. 그것까지 너무 아프게 멋져버리는 것.
그런데 마지막까지 반전 아닌 반전이 있으니…

태연하게 운동하러 온 세자와 달리 홍내관은 지나가는 궁인들도 다 봤는데 어쩌자고 그런거냐며 징징거린다. 홍내관의 물음에 “아프다하지 않느냐 힘들다고..” 하는데 마치 자기가 아프다는 얘기 같아서 짠내난다ㅠㅠ 속은 회오리가 칠텐데도 오히려 홍내관이 울상이고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하고 활 고르는 모습도 미치겠다.
“무슨 생각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알수가!!” 홍내관 귀여운 아양에 또 무심하게 툭 내뱉는 말,
“좋아해서 그랬다 좋아해서”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세자가 너무 솔직 당당해서 저 대답에 본방 보다가 빵터졌다.

곧 정리할 마음이라고 다짐하며 억눌러보지만, 슬프고 처연한 표정은 숨겨지지 않는다. 그런 마음으로 쏘는 활은 완벽. 여자인걸 아는 홍내관 앞에서는 어쩐지 목소리를 깔아도 표정을 숨기지 않아서인지 더 여리고 여자여자해 보인다.
중전과의 에피소드, 17회 엔딩씬도 포스팅할 생각에 설렌다. 움짤로 곱씹어보는 최애장면이 생각보다 훨씬 재밌다!
*모든 움짤은 직접 만들었지만 출처는 KBS월화드라마 <연모>의 방송화면이다. 비루한 움짤이 전하지 못하는 방송영상을 직접 보고 박은빈의 발성과 디테일 연기를 확인해 보길 추천한다!
중전과의 첫번째 합방 에피소드와 메이킹을 보려면 아래 링크로
<연모> 짠내나는 합방 (feat. 박은빈 정채연 메이킹에서 뿌엥ㅠㅠ)
첫번째 합방 당일. 즌하의 축처진 어깨, 한숨, 초점잃은 눈은 곤란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김상궁과 홍내관은 머리를 맞대어 어떻게든 합방을 피해보고자 이런 저런 방법을 제시해 보는데 다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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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합방 에피소드와 메이킹은 아래 링크로
<연모> 짠내나는 두번째 합방(feat. 연기 레벨업 정채연, 깨발랄 박은빈)
첫번째 합방 이후 해맑기만 했던 중전의 얼굴에 그늘이 진다. 비록 얼굴은 고양이상이지만 합방 전까지는 전하만 보면 좋아서 헤헤거리는, 행동은 완전 멍뭉이였던 그녀. 상처입고 성장하는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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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슬픈 어명, 이별씬은 아래링크로
<연모> 서거라 어명이다 (17회 엔딩, 이별씬 메이킹)
사실 17회의 이 마지막 장면 때문에 연모와 관련된 모든 글을 포스팅했다고 할 수 있다. 대체로 아름다운 영상과 배우들이 비주얼 덕분에 월요일, 화요일이 되면 어김없이 틀어놓긴 했지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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