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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모 다시보기9] 맥락이 있는 박은빈 연기
    치이는 순간/연모 2022. 4. 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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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락이 중요한 나같은 사람은 그런 걸 따지지 않는 사람보다 삶이 1.15배 정도는 힘들어 지는 것 같다. 어쩌면 나보다는 나한테 일을 시켜야 하는 사람들이 더 힘들 수도 있지만. 앞뒤 상황을 다 알고 구체적인 내용을 모두 다 확인한 다음에야 어떤 일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난 모두가 그러는 줄 알았는데 살다보니 그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을지 이것저것 따져보고,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고, 효율적인지, 효과는 있을지, 시뮬레이션도 돌려보고 난 다음에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그러나 역시 살다보면 누울 자리를 보고 누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누워보니 생각치 못한 변수들 때문에 당황스러운 그런 경험도 하게 된다.

    드라마가 잘되면 명장면들이 짤로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난 맥락이 없는 그런 짤들을 보게 되면 어떤 상황에서 저런 장면이 나온걸까 궁금해지고, 앞뒤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그 장면의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내가 <연모 다시보기>를 하게 된 주된 이유는 박은빈의 표정을 다시 보고 싶어서이지만, 맥락없이 표정만 모아 보는 건 그 가치를 제대로 보기 어렵게 만든다. 나는 그렇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에도 그렇지만, 내가 어떤 무엇을 전달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핵심부터 던지기보다는 전후사정을 모두 밝히면서 시작한다. 그래야 상대방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나와 같지는 않기 때문에 누군가는 핵심만을 빨리 전달해주길 바라기도 한다. 나의 전달, 혹은 전개 방식이 다소 장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 <연모 다시보기>가 그렇다. 뭔가 오랫동안 꾸준히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관심사가 빨리빨리 바뀌는 잇팁이기에 여기까지 이렇게 이어오고 있는 나 자신이 정말 대견하다 못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게 휀심인 거 같기도 하고..
    결론은 다소 길어지더라도 지치지 말고 잊지말고 잘 따라와주길 바란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 흑. 어쩔 수 없다 이게 잘 고쳐지지 않는 내 방식이니까.


    취중뽓보를 주고 받은 우리의 세자와 지운 앞에 또 다른 장애물이 나타난다.

    대비마마가 하경이한테 반하는 순간. 흐뭇해하는 표정이 너무 남자남자 멋짐멋짐 표정이라서 웃기닼ㅋㅋㅋㅋㅋㅋ 대비마마는 이렇게 하경이를 점찍어 둔다. 작년 말에 유난히 바쁘셨던 우리 애나킴 대표 ㅋ_ㅋ
    하경이 아빠도 꽤나 높은 관료(병조판서)인데, 애석하게도 외조부 한기재(윤제문 분)쪽 사람이다. 참고로 소은(배윤경 분)이 아빠는 이조판서로 왕이랑 세자에게 힘을 보태줄 수 있는 사람이다.

     

    하경이는 소은과 친구인데, 친구따라 입궐하여 여기저기 혼자 구경을 하고 있다. 지운이와 세자 둘 만의 비밀 공간, 폐전각으로 향하는 문을 발견하려던 찰나에 넘어지는데

     

    그 순간 남주가 와서 구해줌.

     

    실제로는 하경이 키가 더 클 것 같다. 남주야 미아내ㅋㅋㅋㅋㅋ 난 왜 이 장면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나 하는걸까.
    바짝 쫄아있는 쫄보 같이 보이지만, 하경이 휘한테 반하는 순간이다.

     

    "반가의 여인 같은데, 왜 홀로 궐을 돌아다니는 거요?"
    "어 zㅓ는 그zㅓ 꼬턍기가 나소"
    하경이의 저 특유의 말투? 발음이 되게 중독성 있어서 들리는 대로 전사해봤을 뿐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귀엽지 않습니까ㅋ_ㅋ? 제가 채연님도 많이 애낍니다..
    "여긴 아무것도 없으니 다른 곳으로 가시오."
    그곳을 들키고 싶어하지 않는 건 알겠는데 너무 티나게 방어하시는ㄷ...

     

    하경이는 예쁘고 저하는 꽤나 매정하다.

     

    대비전에서 찾는다는 얘기에 진짜 장군처럼 걸어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로 세자의 가례 때문이었다. 대비가 하경이한테 반해가지고 점찍어두고는 왕이랑 세자한테 폭풍 잔소리하려고 한꺼번에 부른 것이다. 왕은 세자한테 묻는다.
    "가례를 올리고 싶은가?"
    나중에 나오지만 이미 딸인 걸 다 알고 있었으면서 곤란하게 왜 저렇게 물음? 필모왕 미어ㅠㅠ 뭐.. 똑똑한 아이라는 걸 아니까 대비한테 현명하게 잘 대답할 거라고 믿고 그리 물었던 거라고 생각하는 게 차라리 마음이 편하겠다.
    눈치 보는 눈이 아름답다. 말이 좀 이상하지만 뜻은 전달이 될거라고 믿는다.
    "사신단이 다녀간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에 또 다시 국혼이라는 큰 행사를 치룬다면 백성들의 부담이 너무 클 것입니다."
    역시 그럴듯한 핑계를 찾아 얘기해 본다.

     

    "부디 백성들의 마음을 헤아려 국혼 일정을 조금만 뒤로 미뤄주십시오."
    백성은 핑계고 사실 세자는 마음에서 지운이를 보내줄 시간을 벌고 싶었을 것이다.

     

    아까 대비전으로 불려갈 때와는 사뭇 다른 걸음걸이이다. 터덜터덜.

     

    용포 자락 휘날리는 거 너무 좋다. 저렇게 무릎에 팔꿈치 대고 앉는 것도 좋다.

     

    그 자세로 심각한 건 더 좋다. 김상궁은 이제 더는 미루기 힘들 것 같다고 하고, 홍내관은 이런 날을 대비해 연습해 온대로만 하면 된다고 위로도 안되고 재미도 없는 말을 한다.

     

    "혼자 있고 싶구나. 그만 나가다오."
    단언하건데, 홍내관이 웃기기라도 했으면 세자가 나가라는 말까지는 안했을 것이다. 만약 세자가 잇팁이라면, 잇팁은 웃기기만 하면 일단 용서가 되는 편이라.

     

    심각한데 왜 내 눈엔 귀여워 보이죠. 이럴 수가 있는 건가. 진짜 심각한데 그것 마저 기어ㅇ..

     

    형님이랑 가례 얘기하면서 해탈한 세자.
    "어떻게 형님께서 힘 좀 써주시겠습니까? 아우를 위해 가례를 좀 미뤄달라, 청해주시지오. 이참에 저도 형님 덕 좀 보고싶은데."
    "저하,"
    차마 말잇못하는 현이.

     

    "아이 농담입니다 농담. 아니 농으로 던진 말에 그리 진지하게 구시니 원, 형님께는 농담도 제대로 못하겠습니다."

     

    에헿. 웃고 난 다음에 씁쓸한 표정.

     

    "하나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저하께서는 혹 마음에 담으셨던 분은 없으셨습니까?"

     

    "이예? 아이, 형님도 참. 곧 새신랑이 될 사람에게 짓궂으십니다."
    "그러니 여쭙는 겁니다. 살아오며 마음을 주었던 정인은 없으셨는지. 한번도 말씀하신 적 없지 않습니까."

     

    "저라고 어찌 없었겠습니까"

     

    그리고 지운이와의 추억을 얘기해줌. 물에 빠진 아이를 자신이 구해줬다는 얘기를 하는데, 나중에 현이는 그게 지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라고 한다. 뭐 근데 어린 시절 그렇게 잠시 잠깐 만났는데 참 지독하게도 못잊는 설정은 정말 한국 드라마에서 사라져야할 구시대적 발상이자, 한국 드라마의 한계라고 생각하며 더 이상 이런 전개로 시청자들을.. 에헴, 그러나! 이 세자는 그 어린시절 이후 여자로 살지 못했기 때문에 그 기억이 특별히 특별한 건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어쩌면 그것이 저의 첫사랑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래 세자는 그럴 수 있지. 그 이후에는 쭉 남자여야 했으니까. 우리 세자는 못잊을, 그리고 다신 없을 첫사랑이자 끝사랑이라는 건 인정해줘야지. 에헴. 그렇지만 드라마에서 이런 설정은 이제 정말 진짜로 그만 보고ㅅ..

    한편, 정사서는 혼자 속앓이를 하다가 결국 세자를 찾아가는데,
    ((꼭두새벽부터 가서 안아달라는 정사서 보러가기))

     

    <연모> 저하의 온도차에 치인다 (feat. 박은빈 연기)

    남장 여자 캐릭터가 매력터지는 것은 여러가지 모습을 한 드라마 안에서 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성적이고 털털한 모습, 귀여운 모습, 강한 모습, 여리고 약한 모습, 청초한 모습, 강단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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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세자는 정사서를 안아주면서도 곧 마음을 정리하겠다고 다짐을 한다.

     

    그리고 서연 때 다시 만나는데, 취중뽓보를 한 다음 날보다 더 어색하고 사뭇 차갑기까지 한 공기가 둘 사이에 흐른다.
    "몸이 많이 안좋으십니까? 힘들면, 오늘 서연은"
    개인적으로 이때 세자 얼굴이 초초초초 귀여워서 참 많이 좋아한다. 뭐 언제는 안그랬냐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뭔가 눈치도 보고 걱정도 하는 게 쭈구리 같아서 귀여운 그런 새로운 느낌의 귀여움이다.

     

    "가례를, 올리신다구요?"
    감히 저하가 말하는데 말을 싹둑싹둑 끊고? 어? 정사서.. 화가 많이 났나보다.
    "앟.. 옣"

     

    "진작에 올렸어야 하는 건데, 생각보다 늦어졌습니다."
    뭔가 얼굴이 더 귀여운 느낌이다. 촬영 전에 잠을 푹 잤나? 막 자고난 뽀송함이 느껴진달까..ㅋㅋ

     

    "축하드립니다 저하.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네요."
    "고맙습니다 정사서"
    씁쓸하다.

     

    "혹시라도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여인들에 관해서라면 저만큼 아는 자가 드물테니."
    "그리 하지요. 가례가 시작되면 정사서께서 많이 도와주십시오."
    서로 누가누가 빈말을 더 잘하나 컨테스트를 펼치고 있다. 전체적으로 밝은 표정이면서도 중간중간 쓸쓸하고 서운한 감정이 눈에 스치는 게 정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감정 표현력이라고 해야 될까. 눈만 딱 봐도 어떤 기분, 감정으로 하는 말인지 알 것 같다. 물론 내가 박은빈을 사랑해서 다 아는 걸 수도 있다.

     

    이때 미모가 정말 최고다. 이때의 감정도 참 좋다. 애써 삼키는 그런 감정을 참 잘 표현한 것 같다. 막 감정을 폭발시키는 그런 연기보다는 이런 섬세한 감정 표현이 더 힘들 것 같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작고 작은 감정은 다른 사람들에게 잘 전달 될 수 있게 크게 크게 액션을 취할 수도 없는데, 시청자들이 알 수 있게 드러나야 하니까. 물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박은빈을 사랑하기 때문에 스치는 듯한 감정도 다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ㅋ_ㅋ

    한편, 윤목 덕분에 뒤풀이날 폐전각에서의 기억을 찾은 지운은 아마도 뻐렁치는 마음을 안고,

     

    헐레벌떡 뛰어온다.

     

    그러다 스윽 천천히 다가오는데, 이젠 이런 장면에서 연모 특유의 바람소리 효과음이 자동재생된다.

     

    “꿈인 줄 알았습니다. 저하를 향한 제 불경한 마음이 꿈이 되어 나타났다고 말이지요.”

     

    “헌데, 꿈이 아니었습니다. 잠시 흔들린 거라고 하신다면 그렇다고 믿어드리겠습니다. 허나 저는 아닙니다.”

     

    “신하의 마음이 아니었습니다. 충심인 줄 알았으나 연심이었습니다.”

     

    “연모합니다 저하. 사내이신 저하를 이 나라의 주군이신 저하를, 제가 연모합니다.”

     

    지운은 홀가분했겠지만, 휘는 한편으로는 당혹스럽긴 해도 좋은데 좋을 수 없고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마음을 안고 홀로 벅차오름을 억누르느라 애쓰는 표정이다.

     

    “정사서,”

     

    “우리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입니다. 나는 이 나라의 세자이고, 정사서는 나의 신하입니다.”

     

    “감당할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제게 뭐라고 하든, 아니, 저하께서 제게 뭐라고 하시든 전부 제가 감당할 것입니다.”

     

    “나는, 나는 아닙니다. 그날 내 마음이 무엇이었든 그 일은 부디 잊어주시지요.”

     

    “저하”
    “오늘 얘기는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돌아선 후의 표정이 너무 슬픈 토깽이라 맴찢ㅠ 난 저렇게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 마음에 쓰인다. 알아달라고 우는 게 아니라 몰래 혼자만 삼키는 슬픔이라 그게 더 슬프다. 

     

    ‘니가 외계인이든 뭐든 상관없다’의 사극 버전은 ‘제가 다 감당할 것입니다’가 됐다. 그런데 상대가 세자라 씨알도 안 먹힌다.
    자꾸 휘를 잇팁 재질로 억지스럽게 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휘는 현실적이고, 장애물을 만나도 빨리 받아들이고 해결하려고 한다. 잇팁들은 위기에 강하다. 감정에 빠져들기보다는 현실을 빨리 직시하고 해결하려한다. 충격이나 당혹감이나 슬픔에 빠져있을 시간에 현실을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런 모습이 내 성미랑 잘 맞아 떨어져서 휘를 계속 응원하게 된다.



    *모든 움짤의 출처는 방송화면임을 밝히며, 움짤만으로 전해지지 않는 박은빈의 호흡과 목소리 연기도 꼭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 보길 추천한다.

     

     

    ((다음 편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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